Living with Books: 책과 함께 사는 삶

온전한 독서의 시간

에디터: 김선주
사진제공: 일독일박 © 박기훈(ARCFACTORY)

세종대왕이 학문과 사색을 위해 젊은 문신들에게 주었던 ‘사가독서(賜暇讀書)’라는 휴가제도가 있었듯 예로부터 책과 휴식은 늘 함께였다. 많은 문인과 예술가들이 경복궁 서쪽 마을, 서촌에 머물렀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서촌은 유독 책과 관련이 깊다. 여러 책방과 상점들을 지나 누하동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오래된 포도나무 아래 작은 한옥을 만날 수 있다. ‘일독일박(一讀一泊)’은 그 이름처럼, 복잡한 생각과 하루에서 벗어나 한권의 책과 함께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작지만 다채로운 공간이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단아한 자작나무가 수줍게 자리한 중정이 반겨준다. 중정 좌측으로는 세심한 집기들로 꼼꼼히 구성된 주방이 있고, 책과 음악으로 환대하는 거실의 창호 문을 열면 한옥의 따뜻한 분위기가 감도는 아늑한 침실이 나타난다. 중정의 우측으로는 다이닝 공간이 있어 다 함께 식사와 다도 그리고 독서와 대화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또한 이곳을 나와 원목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낮은 층고의 다락이 조용하고 사적인 시간을 선물한다.

이곳의 또 다른 특징은 전통 한옥 구조를 그대로 살리면서 기존 한옥에서 즐기기 힘들었던 활동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점이다. 자연을 벗 삼은 중정에서는 툇마루에 걸터앉아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바스 솔트의 은은한 향을 맡으며 작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주방에서는 임병진 바텐더가 운영하는 ‘참바’의 시크릿 레시피로 만들어진 ‘주음야독(晝飮夜讀)’을 직접 만들어 마실수 있다. 또한 IoT 설비를 통해 빛과 음악을 개인의 취향에 맞게 연출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일독일박은 여전히 책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 각 공간에서는 공간 특성에 맞게 ‘한 권의 서점’의 큐레이션으로 엄선된 책들을 만날 수 있다. 책을 읽다가 다락에 올라 미뤄뒀던 생각을 손글씨로 정리해보는 시간은 일독일박에서만 즐길 수 있는 하루의 피날레다. 생각할 틈도 없이 바쁜 일상 속, 나만을 위한 온전한 독서의 시간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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