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las of Life : 삶의 아틀라스
삶의 아틀라스 마음에 담은 풍경의 초상
Interior/Exterior by Marja Pirilä
에디터: 지은경,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사진: 마리아 피릴라 © Marja Pirilä
사진은 풍경, 얼굴, 사물 등 외적으로 드러나는 대상을 담는다. 하지만 그 외적인 ‘그림’ 속에서도 우리는 내면의 상을 쉽게 짐작하곤 한다. 우리는 모두 내면에 일어나는 일을 외면으로 표현하고자 살아가는 생명이기에 그렇다. 그래서 풍경을 담는 창이 외부가 아닌 내면으로 드리워 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핀란드의 사진작가 마리아 피릴라는 지난 몇 년 동안 그녀의 고국인 핀란드를 비롯해 노르웨이와 이탈리아, 프랑스 등을 여행하며 다양한 풍경을 담아왔다. 주로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나무와 풀, 시냇가나 강가를 담은 이 사진들은, 이후 그녀가 고국인 핀란드로 돌아와 촬영한 초상화들과 아련한 조합을 이루며 완성된다.
그녀의 사진 속 인물들은 모두 혼자다. 그들은 자신이 기거하는 공간 속에 들어가 있다. 침대에 누워 있거나 의자에 앉아 있고 복도에 서 있는 등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델들 위로 풍경을 담은 이미지가 한 겹 덮인다. 그렇게 완성된 사진들은 마그리트나 달리와 같은 1960년대 초현실주의 작가의 그림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모든 사진은 바늘구멍 사진기라 불리는 카메라 옵스쿠라Camera obscura로 촬영되어 피사체들 간의 대비는 부드럽고 몽롱하다. 카메라 옵스쿠라는 우리의 내면을 작은 구멍을 내어 엿보는 듯한 느낌을 극대화시키는 좋은 도구가 되어주었다.
마리아 피릴라의 사진은 사진 매체가 일반적으로 제시하는 이미지에서 한층 더 들어가 내면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끌어낸다. ‘나’라는 개체를 중심으로 세상은 둘로 나뉜다. 자신의 피부와 만나는 외적인 세상, 그리고 마음속에서 꿈틀대는 또 다른 내면의 세상. 이 두 세상이 하나가 되었을 때 비로소 온전한 ‘나’ 자신이 된다. 늘 외부적인 것들에 쫓겨 내면의 세상을 잊고 살아가지만, 결국 인간의 모든 행위는 내면의 세상을 외부로 끌어내기 위한 궁극적인 목적을 가진 것 아닐까? 그렇다면 오늘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마음은 어떤 풍경을 담고 있을까?
사진작가 마리아 피릴라는 1957년 핀란드의 북쪽, 그것도 북극과 가장 가까운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해가 짧은 낮과 북극광이 넘실대는 밤으로 가득 찬 그녀의 성장 배경은 어쩌면 그녀로 하여금 빛을 향한 한없는 애정과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는지 모른다. 특히나 그녀가 주로 사용하는 카메라 옵스쿠라의 작디작은 바늘구멍을 통한 빛의 넘나듦은 북극의 삶과도 잘 어울린다. 사진학과 생물학을 동시에 전공한 그녀는 생물학 연구를 하던 도중, 문득 다른 생명체의 시각으로 비춰지는 세상에 대해 궁금증을 가졌던 그녀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 사진 작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녀는 1996년부터 줄곧 카메라 옵스쿠라로 사진작업을 하고 있다. 1996년 이후 지금까지 진행중인 ‘Interior/Exterior’, 2012년에서 2013년에 걸쳐 완성한 ‘Milavida’ 프로젝트, 2004에서 2006년 작업한 ‘Speaking House’, 2009년에서 2011년까지의 작업이 담긴 ‘Inner landscapes’ 모두 카메라 옵스쿠라로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