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Chaeg: Art 책 속 이야기: 예술
민화의 세계에서 만나요,
이상한 나라의 정지오
에디터 : 지은경
자료제공 : 모래알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 그 세계는 집안 곳곳, 특히 구석진 가구 틈새나 책상 밑, 옷장 속에 있다. 더 오래된 세대라면 할머니가 앉아 계신 뒤로 버티고 있던 가파른 다락에도 있었다. 이런 곳에 숨어있으면 그 누구의 침입으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있었고, 즐겁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마음껏 펼칠 수도 있었다. 할머니의 장롱이나 다락은 언제나 호기심 창고 그 자체였다. 나무상자에는 어여쁜 오색 실들이 가지런히 들어있었고, 고이 모셔진 도자기 속에는 달콤한 사탕 같은 최고의 보물이 늘 숨어있었다. 그밖에도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모를 기상천외한 것들로 한가득이었다.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곤 했다.
은미 작가의 『이상한 나라의 정지오』는 이러한 어린아이들의 환상적이고 신비로움으로 가득한 세계를 화려한 색채의 모던 민화로 표현한 작품이다. 작가는 그림을 통해 어린아이의 순수한 상상 속을 표현함은 물론 할머니와의 따뜻한 관계를 묘사하려 했다. 아이에게 한 세대를 뛰어넘는 존재인 할머니는 신비로운 많은 것을 알며, 또 수수께끼를 풀어줄 수 있는 존재처럼 비치기도 한다. 책에서 등장하는 할머니 역시 인자하고 친절하지만, 아이의 상상 속 할머니는 그 이상으로 신비한 존재다. 모던 민화는 민화를 현대적인 기법으로 표현한 그림으로 조선시대의 화려함과 과감함, 강렬함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화사한 색상 조합이기도 하다. 어린아이라면 누구나 가진 환상의 세계는 민화의 세상 속 풍경과 무척 닮았을 것이다. 하지만 서양 동화책과 그림만 만나온 우리는 어쩌면 어린 시절 담았던 그 찬란한 기억들을 다른 곳에 접어두고 내내 잊고 살았는지 모른다. 『이상한 나라의 정지오』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상상 속 세계의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어른들로 하여금 진기한 물건들로 가득하던 할머니의 세상을 다시 만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