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마음을 여는 만큼 보여주는 여행
여행작가 장연정
에디터: 유대란, 사진: 김종우
2000년대 중반부터 부상한 여행 에세이의 인기가 여전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여행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진 걸 느낀다. 한 대학에서는 여행작가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고, 각종 문화센터에서는 여행작가 과정, 여행책 제안서 쓰기 과정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여행작가로서 두터운 팬덤을 형성한 장연정 작가를 만나 글쓰기와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다. 곧 미니북으로도 출간될 작가의 두 권의 책에는 여행작가이자 작사가로서 장연정의 낯선 풍경에 대한 애정과 시상(詩想)이 녹아 있다.
제 첫 책인 『소울 트립』이 2009년에 나왔는데, 그때가 이병률 작가님의 『끌림』이 2005년에 출간된 이래 여행책 붐이 한창 시작될 무렵이었어요. 그때부터 여행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이어져온 것 같아요. 제 책의 경우로 본다면, 『소울 트립』의 가제는 원래 ‘20대 마지막 여행법’이었는데, 당시 30대를 앞두고, 20대를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으로 썼어요. 막상 30대가 되어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많은 분이 20대 후반에 혼란을 겪잖아요. 머무르고 싶기도 하고, 변화하고 떠나보고 싶은 마음이 섞인 그런 혼란스러운 상태요. 그런 심리상태가 이 책에 많이 들어 있어요. 서른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사랑, 혼란, 그런 주제에 많은 분이 공감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후로 세 권이 더 나왔는데 비슷한 감성적인 부분들을 유지하고 있어요. 거기에 공감하는 분들이 꾸준히 있는 것 같아요.
작사가로서 데뷔한 건 2004년이었어요. ‘입봉’이라고 하죠. 당시에는 저도 작사가라는 직업이 막연하고 궁금했어요. 학부 때 피아노를 전공했고 그쪽 계통에 아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어느 날 급하게 연락이 왔어요. 녹음해야 하는데 가사가 안 나와서 곤란을 겪다가 한 여섯 다리 건너서 저한테까지 연락이 온 거예요. 그렇게 해서 한 앨범 타이틀 곡의 가사를 작업하게 되었고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작사 일을 하게 된 거죠. 여행작가가 된 계기는 좀 달라요. 원래 이 콘텐츠는 ‘SLR클럽’이라는 디지털카메라 동호회에 올렸던 연재물이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그래서 사진을 찍은 친구와 함께 책을 내서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도서기획안을 만들어서 출판사들을 찾아다녔어요. 다 거절당하다가 북노마드랑 인연이 됐어요. 저한테는 친정 같은 곳이 되었죠.
비결이라기엔 뭐하지만 작은 습관이 있어요. 저는 항상 순간에 대해 메모를 해요. 평소에도 그리고 여행을 갔을 때도. 거기에 서사를 담기보다는 사진을 찍는 느낌과 비슷하게 그 순간을 담으려고 해요. 그리고 나중에 그것을 풀어서 정리해보는 거죠. 작사 일을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여행기에도 짤막하고 한두 줄에 마음이 오가는 그런 스타일이 녹아든 게 아닐까 해요. 그래서 산문이지만 노랫말처럼 들리는. 노래도 여행기도 결국 공감을 유도하고, 누군가 제 느낌을 들어줬으면 하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쓴 책을 보고 그곳에 가서 비슷한 걸 느끼고, 그 공간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기뻐요.
사실 자신을 여행작가라고 소개하기 좀 부끄러운 게, 다른 여행작가분들처럼 많은 곳을 다니지 못했어요. 한 열 몇 개국 정도? 대신 어딘가에 가면 오래 머물러요. 최소 몇 달씩 장기여행을 가는 편이에요. 좋았던 여행지는 프랑스 동남부에 있는 상폴트로아샤토예요. 여행책에 나오지 않는 작은 마을이에요. 추천하는 건 프랑스의 앙시라는 도시예요. 멀리는 알프스가 보이고, 도심에 수로가 흐르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독일과 프랑스의 느낌이 섞여 있는 알자스 지방의 느낌이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