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Chaeg: Art 책 속 이야기: 예술
기존의 것을 새롭게, 알레산드로 멘디니
에디터: 김지영
자료제공: minium(미니멈)
동그란 얼굴, 길고 얇은 팔, 귀여운 색감의 원피스. 인형이라 소개해도 속을 법한 이 물체는 와인 오프너다. 바비인형에나 붙을 법한 ‘안나Anna G’란 이름표를 단 이 물체를 디자인한 사람은 세계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이탈리아의 대표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다. 그는 안나 G를 두고 “와인을 따는 동안 소비자가 험악하고 뾰족한 와인 오프너와 씨름할 필요 없이 우아한 발레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능에 충실한 사물에 이야기를 접목하고 예술을 입힌 멘디니는,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세계 디자인계의 중심에 서 있다. 그의 디자인은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지녔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서유럽 제국주의 국가가 쥐고 있던 주도권이 미국에 넘어갔다. 전쟁으로 초토화된 유럽의 재건과 자국 내의 건설 호황 등 복합적인 이유로 늘어난 세계적인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찾던 미국은 독일의 기능주의를 끌어와 고도의 산업화를 진행했다. 제한된 자원으로 필요한 물건을 경제적으로 만드는 데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건축과 디자인은 무엇보다 기능을 우선으로 한다’라는 기능주의 정신은 사회를 복구하는 데 여러모로 효율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대중들 사이에서 인간성이 배제된 디자인에 대한 반발이 꿈틀거렸다. 이때 이탈리아에서 알레산드로 멘디니를 비롯한 디자이너들의 실험적 운동이 일어났다. 20세기를 장악했던 기능주의 디자인에 반해 그들이 새로이 보여준 스타일은 충격적이었다. 활발한 색상, 설치미술을 연상시키면서도 어렵지 않은 형태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디자인은 기능주의를 넘어설 만한 대안으로 충분했다. 그중 ‘알키미아Alchymia’는 반항적 이미지였음에도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대중에게 사랑받는 그룹이었다. 이해하기 쉽지 않아도 마음을 사로잡은 건 항상 힘이 샘솟는 디자인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멘디니는 알키미아의 디자인 이념과 구체적인 활동의 중심에서 그들을 이끌어나갔던 사람이다. 직접 알키미아 전시를 기획했고, 이를 통해 자신의 디자인 이론을 확립했다. 지금까지 그는 본인만의 디자인 방식으로 건축이나 인테리어, 제품 디자인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