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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밍보이즈, 파머컬처를 보다
에디터: 김지영
자료제공: 남해의봄날
농업 기술로 세계의 기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포부로 뭉친 ‘비상식량’ 팀은 지난 2013년 6월부터 2015년 8월까지 12개국 농가를 찾아 세계 일주를 떠났다. 자급자족 농부를 꿈꾸는 공학도 유지황, 우쿨렐레 치는 배짱이 김하석, 열정 넘치는 산청 딸기 권두현으로 구성된 이 팀은 600일간 하루 4~6시간 일손을 돕는 대신 숙식을 제공받는 우프WWOOF를 통해 전 세계 35개 농가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삶과 농법을 배웠다. ‘제3의 녹색혁명’이라 불리는 6차 산업혁명이 대두되고 있는 지금, 농업의 미래를 고민하는 청년들이 우리보다 먼저 경험하고 온 세계 농가의 파머컬처는 자연과 사람을 생각하는 공동체의 산물이었다.
비상식량 팀의 ‘세계농가일주’ 출발지는 호주였다. 그들이 호주를 출발지로 삼은 이유는 세계 3대 공동체 중 하나인 크리스탈 워터스Crystal Waters가 있기 때문인데, 세계 농업의 트렌드인 파머컬처Permaculture가 처음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파머컬처는 영구Permanent와 농업Agriculture의 합성어로 유기농업의 실행에서 더 나아가 식량과 섬유, 에너지를 생산하는 자급자족 시스템 설계에 자연 원리를 적용해 인간과 자연의 상생 관계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지속농업과 개념은 유사하지만 단순히 자연 자원을 이용한 개념을 넘어 경제 체제와 생활 방식, 나아가 사회 관계까지 포괄적으로 다룬다. 비상식량 팀의 여행이 무탈했던 건 아니다. 언어의 장벽에 부딪혀 호주 농가를 다니며 6개월 안에 세계일주 경비 1,500만 원을 모으려 했던 초기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고, 생각보다 비싼 물가 탓에 적게나마 있던 자금은 바닥을 드러냈다. 결국, 그들은 언어를 공부하고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해 목표한 경비를 모을 수 있었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끝에 비상식량 팀은 시드니에서 1,000km 떨어진 크리스탈 워터스에 방문했다. 마을 전체 대지가 약 95만 평에 달하는 이 마을은 야생캥거루가 여기저기 뛰어다닐 정도로 모든 집이 친환경적이며 생태 순환적 방식을 고수해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