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las of Life : 삶의 아틀라스

커피 한 잔과 제철 채소, 그리고 여유들

에디터. 지은경
사진. © Pauline Chardin, © Erik Olsson
자료제공. Gestalten

참으로 많은 것들이 변한다. 시대를 거치며 사람들의 생각과 시각도 바뀌고, 그에 따라 관심사도 바뀐다. 예전에는 귀하던 것이 지금은 무척 상투적인 것이 되는가 하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무언가가 뒤늦게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하기도 한다. 사회적 흐름에 따라 삶의 방식도 변화해간다. 오늘날 이 세계는 어떤 변화의 시점에 서 있을까? 우리의 음식 문화는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며, 어떤 지향점을 향하고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테이블 위에 놓인 한 잔의 커피와 바구니 속 채소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세 권의 아름다운 책에서 찾아본다.

계절 담은 로컬의 맛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현대인의 삶에서 느린 삶의 미학은 이룰 수 없는 몽상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보다 훨씬 행동력이 강하고 온갖 편견으로부터 보다 자유로운 젊은 세대중에는 꿈꾸던 이상향에 한 걸음 바짝 다가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식사와 휴식, 테이블과 테라스가 존재하는 삶을 찾아 도시를 떠난 이들은 이전 세대들이 당연히 누리던 혜택을 어느 정도 포기하며 살기도 한다. 자신이 속한 환경 안에서 가능한 최대를 발휘할 수 있는 유연함과 통찰력이 그들에게는 보다 많은지도 모르겠다. 돈만 있다면 무엇이든 살 수 있는 도시와 달리 시골에서는 배달 음식도, 산과 바다를 건넌 긴 여행 끝에 만난 이국 땅의 과일도 쉽게 가질 수 없다. 대신 계절마다 축복받은 땅에서 자라나는 다채롭고 풍성한 채소와 과일, 계절이 주는 풍경을 누리는 느린 시간과 잠시의 멈춤이 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젊은 사진작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그리고 요리사이기도 한 폴린 샤르댕Pauline Chardin은 저서『A Spoonful of Sun(태양 한 스푼)』을 통해 간단하고 건강에 좋은 조리법에 중점을 둔 독특한 맛을 탐구한다. 계절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는 그녀의 식탁은 사계절 각기 다른 색과 향을 지닌 요소들로 풍미와 즐거움을 더한다. 세계여행을 통해 더 다채로워진 그녀의 프로방스식 조리법은 각 지역의 의학에 바탕을 둔 음식 치료 레시피와 제철 과일 및 채소를 결합시킨다. 그리고 그가 엄선한 두 세계, 즉 자신이 직접 길러 손으로 수확한 농산물과 지역 재래시장에서 구입한 재료 간의 조화를 유도한다.
멋진 세팅과 스타일이 요리 경험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는 저자의 안목은 이 책을 미적으로도 즐거운‘요리책’으로 만들었다. 이 책은 테이블 위에 놓인 요리라는 삶의 단면 너머 그가 디자인한 집 주변으로도 독자를 안내한다. 언덕 위의 마을, 깨끗한 만, 구불구불한 포도밭, 공기 중에 퍼지는 라벤더 향… 프로방스는 그야말로 감각의 향연을 선사한다. 거부할 수 없는 프로방스의 황홀한 환경 가운데 테이블 위의 음식이 보인다. 파리에 살던 시절 매일같이 반복되는 맛의 피로감에 젖어 있던 샤르댕에게 음식은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감정 없는 편리함에 매몰되어 요리에 대한 감각을 잃어가는 도시인이라면 한 번쯤 그가 선택한 삶에 대해 고민해봐도 좋을 것이다.
샤르댕의 작업과 삶의 방식에 대한 새로운 제안은 『Milk Magazine』 『AD』 『Ignant』와 같은 매거진에 소개되었으며, 그는 현재 프랑스 프로방스에 거주하고 있다.

채소는 맛있어

채식은 여러모로 인간과 지구에게 친절한 삶의 방식이다. 『Eat Your Greens!(채소를 먹자!)』는 40여 가지의 제철 채소로 만드는 요리를 소개하며 올바른 채소 보관법, 채소의 다양한 성분과 더불어 각 영양소가 어떻게 우리 몸속에서 작용하는지 설명한다. 채식 생활은 무언가를 포기한 상태가 아니라, 보다 고차원적인 선택으로 일군 삶의 방식이다. 이 책은 일 년 내내 초록 요리를 먹을 수 있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간단한 지침과 팁을 수록해 야채 위주의 식단이 단조로워지지 않도록 영감을 준다. 생으로, 얇게 썰어서, 강판에 갈거나 착즙해서, 절이고, 삶고, 볶아서, 혹은 굽거나 튀긴 식물 중심의 요리가 무려 800가지 넘게 소개된다. 절인 펜넬부터 튀긴 콜리플라워까지, 단일 채소를 사용하는 수많은 방법을 제시하는 이 책을 통해 당근을 먹는 새롭고도 모험적인 수십 가지의 방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녹색을 섭취하자! 고기 빠진 채소 요리가 맛없다는 편견은 이제 그만 버리자! 그리고 보다 창조적인 영감을 찾아 나서자! 저자 아네트 디엥Anette Dieng은 스웨덴의 채소 꾸러미 배송 서비스인 에콜로단Ekolådan을 론칭하기 전에는 요리사였다. 그는 오늘날 어떻게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식품을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제시한다. 채식 생활의 즐거움을 사람들이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야말로 전 지구의 지속가능한 식생활을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부드러운 실천이라고 믿는다. 공저자 잉옐라 페르손Ingela Persson은 에콜로단에서 레시피를 개발하는 요리사이자, 제빵사, 채소 애호가다. 여러 디저트 요리책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레스토랑 ‘브라세리 보본Brasserie Bobonne’을 운영하고 있다.

커피로 세계여행

커피는 분명 우리의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누구의 것이라 하기 무색할 정도로 세계인의 것이 되었다. 이 까만 음료를 사랑하지 않을 방법은 찾기 어렵다. 커피의 역사는 컵 밑바닥보다 훨씬 깊이 가라앉은, 풍부하고도 다양한 이야기를 지닌다. 세계인들이 커피를 마신다는 사실은 익숙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화나 시대별로 커피를 마시는 방식이 다르다. 사람들이 커피를 소비하는 방식은 그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많은 것을 말해준다. 어디서 왔는지는 물론, 출신 지역의 국제 관계나 무역 현황, 지리적 특징, 취향과 선호도, 그리고 무엇에 영향을 받는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서까지 말이다. 그럼에도 고소하고 씁쓸한 그 기본적인 맛은 세계 공통이다.
우리가 수 세기에 걸쳐 소비하며 즐겨온, 아프리카 과일의 씨앗을 넣은 이 음료에 대한 낭만은 지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 많은 국가 경제와 약 1억 2,500만 명의 사람들이 커피 재배와 수출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다. 많은 커피 재배 지역은 피할 수 없는 기후 변화와 커피나무 전염병인 커피 녹병으로 인해 황폐화되기도 했다. 이 책은 이러한 세계 커피 산업의 사정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견지한 채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베트남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로 독자를 데려간다. 그리고 각 나라마다 자신들만의 방식대로 즐기는 무수한 커피의 룰을 탐구하도록 안내한다. 안락의자에 편하게 앉아 책으로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든, 호기심 많은 미식가이든, 커피를 찾는 모두에게 필수적인 이 책은 어떤 무한한 가상세계도 대체할 수 없는 광대한 커피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저자 라니 킹스턴Lani Kingston은 커피, 초콜릿 및 지속가능한 식품을 다루는 연구원이자 작가, 컨설턴트다. 그는 수년 동안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현지 각각의 커피 문화와 전통에 대해 깊이 탐구했다. 커피에 관한 그의 세 번째 책인 『Spill the Beans(비밀을 누설하다/콩을 쏟다)』는 수년간에 걸친 연구를 요약한 것으로, 세계를 강타한 커피 문화의 놀라운 다양성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만 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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