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특별기획

알록달록 개성있는 주택 아래 시카고 인디펜던스 도서관

에디터. 김경란 사진. © James Florio 자료제공. John Ronan Architects

미국 시카고 북서쪽에 위치한 어빙 파크(Irving Park)는 빌라 지구의 빅토리아풍 주택과 야구장, 야외 시장터를 비롯한 쾌적한 녹지 공간으로 조성된 파릇한 지역사회권이다. 건물사이의 숨통을 틔워주는 이런 태평한 공간들은 주민 간의 단합과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질 터를 확보하기 위해 힘쓴 전 세대 주민들의 노력 끝에 생겨났다. 일례로 1907년, 주민들은 시장에게 매해 독립기념일을 맞아 축제를 연 부지에 공원 조성을 청원했다. 그들은 혼잡한 중산층 동네에 공원을 만드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시 위원들의 의견에도 굴하지 않고 주법(State Law)을 근거로 진행한 대중 투표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냈다. 이때 설립된 곳은 독립기념일에서 이름을 딴 인디펜던스 공원(Independence Park)으로, 공원일대 또한 같은 명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공간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데에 있어서 이곳 주민들은 여전히 열정적이고, 시카고 시는 그들의 요구에 호응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인디펜던스 공원 건너편 동쪽, 도보 8분 거리에는 가장 최근 주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 지역의 오랜 지적, 공간적 갈증을 해소한 곳이 있다. 바로 인디펜던스 도서관이다. 나이 불문 모두에게 환한 빛과 아름다운 색감에 둘러싸인 독서 경험을 선사하는 이곳의 매력을 알아보려 한다. 100년 전 이 지역에 공원이 필요했던 만큼, 100세 시대가 도래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 도서관이 보여주는 포용력과 다채로움일지도 모른다.
인디펜던스 도서관은 도서관과 노인주택을 결합한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두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첫 번째는 지역에 도서관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한때 노후한 도서관이 있었지만, 2015년 화재 이후 주민들은 그마저 잃은 뒤 새 도서관을 필요로 했다. 둘째로, 시카고는 미국 내 다른 모든 도시와 마찬가지로 저소득 가구를 위한 임대 주택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부실한 계획, 갱단 폭력 사건, 마약 거래 등 다양한 문제로 인해 시에서 과거에 제안한 공공 주택 모델이 실패한 정책의 상징이 되었기 때문에, 시카고는 확실하고 효과적인 개선책이 필요했다. 저소득 가구들은 소득의 절반 이상을 임대료로 지출하고, 많은 임차인들은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필수품을 희생하는 상황이었다. 이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단연 소득이 적거나 단절된 노인들이었다. 이에 시카고 주택 당국(Chicago Housing Authority)과 시카고 공공 도서관(Chicago Public Library)은 저소득 주택 개발에 도서관을 배치하는 계획을 세웠고, 저소득 노인 임차인들을 위해 깔끔한 노인주택 44개와 도서관이 함께 조성된 인디펜던스 도서관을 세웠다.
4층 규모의 도서관 건물은 일정한 크기의 유리창으로 덮인 아담한 빅토리아풍의 주변 건물들과 달리, 말끔한 콘크리트 외벽과 밝고 다양한 색의 발코니로 구성된 화려한 외관을 갖추고 있다. 과거 저소득층 주택 단지 디자인으로 흔히 사용했던 창고 같은 투박한 설계와 달리 각 세대의 다채로운 개성을 강조했다.
건물의 내부 또한 환하고 산뜻한 외부와 같이 밝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흰색이 강조된 인테리어에 1,2층을 틔워 시원한 높이를 자랑하는 천장과 넓은 창문 덕에 자연광이 최대한으로 들어오며, 발코니를 두르는 알록달록한 색깔이 곳곳의 카펫과 가구를 물들여 공간에 발랄함을 더한다. 입구 정면에서 바로 보이는 층계 겸 휴식 공간에서 알 수 있듯, 도서관은 건물의 1, 2층을 활용하고 있다. 1층에는 어린이 서가와 다목적실이, 2층에는 청소년과 어른을 위한 서가와 열람실, 그리고 컴퓨터실과 작은 음악 스튜디오가 있다. 책들은 구역을 나누어 진열했지만, 도서관은 모든 연령대가 학습하거나 모임을 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기획되었다. 이곳은 저시력자와 중노년층 독자들의 편리한 독서를 위한 큰글자책을 구비해 누구나 시력에 구애받지 않고 책을 볼 수 있다. 또한 청소년은 컴퓨터실과 음악 스튜디오에서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으며, 도서관내 방과 후 숙제 도우미 서비스를 통해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시는 오랜 시간 도서관을 기다린 인디펜던스 공원 주민들을 위해, 도서관을 주택보다 5개월 먼저 개장하며 빠른 시일 내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도 아이와 부모, 청소년과 임차인을 포함한 수많은 주민이 새로운 도서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높은 만족감을 표현한다. 시카고는 2019년에 완공된 이곳과 몇몇 다른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도서관과 노인주택을 함께 조성하려는 계획을 키워가고 있다.
인디펜던스 도서관에는 엄하고 정숙한 분위기 대신, 밝고 잠잠한 고요가 흐른다.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 1층에 앉아 차분히 책 한 장을 쓸어내리다 어린아이의 웃음소리에 고개 드는 인자한 노인의 눈웃음처럼, 조용히 도시 한 구석을 비추며 다음 세대의 움직임을 지켜본다. 이곳을 기반으로 앞으로 더욱 환하고 다채롭게 세워질 다음 세대 도서관들을 기대해 본다.
June23_SpecialReport_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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