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특별기획

사연 많은 메데인 언덕 위,
빛나는 검정 바위 콜롬비아의 스페인 도서관 공원

에디터. 서예람,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사진. © Sergio Gomez and Iwan Baan

스페인 도서관 공원Biblioteca de España은 콜롬비아 메데인의 산토 도밍고 사비오Santo Domingo Savio에 위치한 ‘도서관이 있는 공원’이다. 국제 개발협력 단체를 통해 스페인 정부가이 도서관 건립에 후원했기 때문에 이름에 스페인이 들어간다. 콜롬비아가 스페인의 식민지였고, 강제이주 당한 아프리카 출신 노예들이 모여 살다가 독립한 나라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씁쓸한 사실이다. 콜롬비아라는 국가명은 아메리카 대륙으로 가는 항로를 발견했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남미 대륙은 그 지정학적인 특징과 근현대 역사를 떼어 놓고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 도서관도 남미 콜롬비아의 메데인, 그곳의 산토 도밍고 사비오 언덕 위에 위치했다는 점이 그 정체성의 핵심을 이룬다. 독특한 건축 디자인이 유명한 도서관이긴 하지만, 외관과 도서관에서 내려다보이는 뷰만 즐긴다면 이 도서관의 껍데기만 아는 셈이다.

메데인은 안데스산맥 북쪽에 위치한, 지정학적으로 복잡한 성격을 지닌 도시다. 스페인 도서관 공원은 메데인 시내 전역에서 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한다. 이곳으로 올라가려면 시내에서 케이블카를 타야 할 정도이다. 이곳은 그저 그런 도시의 명소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도서관이 서 있는 언덕은 1980년대에 메데인 시에서도 마약 거래나 폭력 사건이 끊이질 않았던, 위험하고 낙후된 지역이었다. 이 도서관 건축 프로젝트는 힘든 삶과 역사를 지닌 지역 주민에게 보다 동등한 사회적 인프라와 인근의 경제적 발전을 꾀하고자 기획되었다. 도시의 치부를 숨기지 않고 포용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이 도서관은 마치 산 위에 놓여있는 커다란 바위처럼 보인다. 특히나 밤이 되면 빛이 나는 검은 바위처럼 보인다. 세 채의 건물에는 각기 다른 기능이 있다. 하나는 도서관, 한 곳은 교육 센터, 또 한 곳은 강당이다. 이 도서관 공원으로 인해 시내와 언덕 위의 동네를 연결하는 새로운 길들이 뚫리기도 했다. 도서관과 메데인과의 관계는 그저 땅과 그 위에 세워진 건물의 관계가 아니다. 이곳은 일련의 건축물이 아닌 메데인 이곳저곳을 콜롬비아의 ‘스페인 도서관 공원’ 연결하는 적극적인 도시 구성 요소로 작용하며 도시 전체의 성격을 재구성하고 있다.

스페인 도서관 공원은 메데인의 다른 도서관 공원을 설계했던 콜롬비아 건축가 지안카를로 마잔티Giancarlo Mazzanti가 설계했다. 이곳은 유수의 건축상을 수상했는데, 2008년에는 남미 최고의 건축상인 이베로 아메리칸 건축상과 어반 디자인 비엔날레에서 올해 최고의 건축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마잔티는 의도적으로 도서관의 창문을 작게 설계했다. 지역 주민들이나 방문자들로 하여금 도서관을 둘러싼 주변 환경과 일종의 단절감을 느끼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매일의 빈곤과 위험한 지역 분위기에서 잠시 빠져나와 따뜻하고 보호받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는, 일종의 피난처 같은 검정 바위가 바로 이 도서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