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70년대 한국 수출산업의 중심지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산업단지가 위치하고 있는 서울 금천구에는 요즈음 정비가 한창이다. 그동안 산업시설에 비해 부족했던 주거지, 문화·복지 시설 및 주변 인프라 구축에 집중해 노후
한 역세권 공장부지와 이용이 적은 공공부지 재개발, 아파트 재건축과 교통 개선까지 아우르는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균형 잡힌 지역으로의 발전을 위해 금천구는 다른 정책적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2019년 시행된 ‘독서문화 진흥계획’이다. 지역 독서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당시 금천구는 작은 도서관 2개관 건축과 함께 노후한 구립도서관 4곳의 공간 개선을 계획했다. 말끔히 단장한 금천구의 도서관 중, 개관 20주년을 맞이하며 새로운 모습을 갖추게 된 금천구립독산도서관을 소개한다.
독산도서관은 금천구의 북동쪽 가장자리에 위치한다. 주변에는 독산 자연공원과 금천체육공원이 있어 맑은 공기를 만끽할 수 있다. 1999년에 개관한 이래 쾌적한 공부 공간을 찾는 학생들과 주민들의 안식처였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시설이 낡아 아쉬움을 남기던 차, 마침 독산도서관의 새 단장 계획이 확정되었다. 금천구는 두 차례에 걸쳐 주민워크숍과 설명회를 마련했다. ‘우리 도서관에 있어야 할 것’과 ‘우리 도서관에서 없앨 것’이라는 주제로 토론이 진행되었고,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 ‘모두를 위한 도서관’이라는 모토에 걸맞은 공간이 설계되었다.
도서관 재조성을 총괄한 디림건축사사무소의 임영환 건축가는 건물 구조의 장점을 살리고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하는 것을 중심으로 공사를 계획했다. 3층 건물인 도서관은 중앙에 유리로 지붕을 씌운 ‘아트리움’과 그 위로 자연광을 들이는 16개의 천창이 있어 본래 밝고 여유로운 공간이었다. 하지만 막상 들어섰을 때 시야를 막는 연결다리와 정돈되지 않은 서가·열람실의 위치 때문에 이용자들의 동선이 혼란스러웠고, 20년의 세월 동안 꾸준히 늘어난 장서도 공간 전체를 빽빽하고 어둡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없앨 것’으로 지목된 것은 가득 찬 책들과 뒷마당을 가리던 컨테이너 박스였다. 자리를 차지하던 물건들을 치우자 입구부터 뒷마당까지 훤히 트였고, 아트리움의 널찍한 공간이 확보되었다. 진입 공간을 가로막던 연결다리 하부를 제거하고 설비를 재배치하니 위로 1미터 가량의 여백도 생겨 개방감을 더했다.
현재의 독산도서관에는 확 트인 공간 사이로 여유가 흐른다. 1층에 들어서는 순간 시선은 정면에 길게 놓인 6미터 길이의 원목 테이블을 따라 건너편 창 너머로 향하게 된다. 작은 대나무 정원 뒤로 우거진 숲이 눈에 들어오고, 2층으로 이어지는 좌측의 넓은 열람 계단은 공간의 입체감을 부각한다. 게다가 밝은색의 천장과 바닥 그리고 어두운색 벽지, 계단과 각각의 천창에 둘린 사각 틀들이 이루는 색감의 대조는 공간을 더욱 정돈되어 보이게 한다. 1층 종합 자료실에는 높은 서가의 칸마다 은은한 조명이 촘촘하게 달려있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계단을 올라 2층에 다다르면 환한 분위기의 독서 라운지에 들어선다. 벽면을 따라 배치된 커다란 창문 너머로 숲이 보이며, 따스한 볕이 들어오는 창틀마다 작은 개인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3층에는 아담한 휴게실과 야외 테라스가 있어 열띤 학습과 자연 속 여유를 번갈아가며 만끽할 수 있다.
독산도서관이 이전의 갑갑함을 뒤로하고 주변 자연이 느껴지는 여유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한 데에는 사전에 주민들의 의견을 수집한 과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주민들의 의견은 하나가 아니었다. 개방적인 도서관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차분한 분위기의 공부 공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러한 의견을 미리 살피고 고민한 덕분에 설계 과정에서 조용해야 할 열람실과 활발한 분위기의 강의실 간 거리 등을 미리 조율할 수 있었다.
유지할 것과 과감히 변화시킬 것을 함께 고민하고, 주어진 구조의 장점을 최적화하며 효율을 높임으로써 독산도서관은 새로 태어났다. 한껏 여유로워진 자태로 시민들을 맞이하는 독산도서관은 과거를 보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이들에게 말한다. 모두를 위한 공간은, 모두가 함께 비움과 채움을 고뇌했을 때 비로소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