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l of Tales: 동화 꼬리잡기
문 너머 세상, 상상의 나래
에디터: 김지영
자료제공: 씨드북
아파트 7층에 사는 빨간 머리 소녀는 아파트 계단을 오른다. 제각기 다른 문을 보면서 소녀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자물쇠가 많이 달린 1층은 비밀이 많아 보인다. 유물을 훔치는 도둑 가족이 사는 집이다. 2층 문에는 커다란 식물이 심어진 화분이 많은 걸 보니 정글에 사는 호랑이와 사냥꾼 할아버지가 사는 집 같다. 3층 문은 바퀴가 지키고 있다. 서커스에서 곡예를 하는 가족이 사는 것 같다. 4층은 언제나 어두워서 드라큘라가 사는 집 같고, 5층은 식초에 생선을 절인 냄새가 코를 찌르는 걸 보니 해적이 사는 집 같고, 6층은 멋진 음악이 멈추지 않으니 음악을 사랑하는 가족이 사는 집 같다. 소녀는 자신이 사는 7층에 도착하자 시무룩해진다. 소박한 가정집인 자신의 집은 재미없다. 하지만 사실 소녀의 부모님은 소녀가 잠들면 세상을 지키는 슈퍼히어로였다.
아이는 상상할 때 자신이 인식한 대상의 정보를 모으고, 자신의 경험을 끌어와 대입한다. 아이의 상상은 불현듯 떠오른 환상의 세계가 아니라 연상을 통해 꾸민 그럴듯한 세계다. 대상에 대한 정보를 모아 두루뭉술한 소재를 떠올리고 그 안에서 다시 구체적으로 나열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것이다. 설명이 어려울 뿐이지 간단하다. 아이가 어떤 경험을 하느냐와 얼마나 연상을 잘 하느냐에 따라 상상력이 결정된다.
동화 속 소녀는 자신만의 상상력을 가동해 평범한 아파트를 탐험한다. 소녀의 상상 속 아파트는 탐험의 세계다. 1층은 도둑 아지트, 2층은 정글, 3층은 서커스장, 4층은 드라큘라 성, 5층은 해적의 배, 6층은 음악파티장. 굳게 닫힌 문을 보면서 소녀는 상상의 탐험을 즐긴다.
1층 도둑 아지트를 예로 들면, 소녀는 자신의 집에 모르는 사람(도둑 같은)이 들어온 경험보다는 자신의 비밀을 잔뜩 적은 일기장을 부모님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서랍에 자물쇠를 건 경험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비밀을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소녀는 아마 도둑을 떠올렸을 것이다. 다른 집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눈에는 커다란 식물이 많은 문이 정글로 향하는 길 같아 보였을 것이고, 식초에 생선을 절인 듯한 냄새가 나는 집을 지나면서는 해적선을 떠올렸을 것이다. 항상 어두운 집 앞에서는 빛을 무서워하는 드라큘라가 사는 성이 떠올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