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l of Tales: 동화 꼬리잡기

나를 잃지 말기

에디터: 김지영
자료제공: 이마주

어느 날, 한 상인이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자, 사세요! 구두잔, 가방모자, 양탄자우산…” 그의 외침을 들은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췄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오, 멋진데! 여태껏 그런 건 없었잖아.” 사람들은 새로운 물건에 흥분했다. 너도나도 상인의 물건을 샀다. 사람들은 원피스를 커튼으로 달고, 구두나 장화를 찻잔으로 쓰고, 소시지를 줄넘기로 사용하고, 서랍을 침대로 쓰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자 모든 게 난장판이 됐다. 원래대로 쓰이는 건 하나도 없었다.

상대적 박탈감과 자아 인식
이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 사람들은 유행에 민감하다.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하면, 그것에 열광적으로 반응한다. 이러한 현상을 ‘유행’이라 부른다. 사람들은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만약 유행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해 뒤처질 경우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기도 한다. 어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들 세계는 더 하다.
내가 어릴 적, 여아들 사이에서는 ‘똘똘이’라는 인형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인형은 다른 인형과 달랐다. 눕히면 눈을 감고, 일으키면 눈을 떴다. 당시 인형이 스스로 눈을 감고 뜰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가격도 여느 유명 브랜드 인형보다 저렴했다. 저렴한 가격과 신기한 능력 덕분에 똘똘이는 아이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졌다.
놀이터에는 똘똘이를 안고 있는 여아들이 수두룩했다. 그런데 이 똘똘이 때문에 언제가부턴가 아이들 사이에서 이상한 법칙이 생겼다. 소꿉놀이를 할 때 똘똘이 인형이 없으면 엄마 역할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소꿉놀이의 핵심은 엄마 역할인데, 인형이 없다는 이유로 후보에조차 들지 못하고 탈락한다니. 부모님은 당시 내게 똘똘이를 사주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물려준 인형이 이미 집에 많았기 때문에 똘똘이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소꿉놀이에서 주로 할머니 역할을 해야 했다. 할머니 역할을 네 번째 했던 날, 친구들과 헤어지고 집에 돌아가 “나는 왜 똘똘이 안 사줘?”라 소릴 지르며 펑펑 눈물을 쏟은 기억이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보기에) 작은 것 하나에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사실 상대적 박탈감은 자아를 올바르게 인식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아동기의 자아 인식이란, 아동이 점차적으로 자신의 심리적, 내재적 특성을 알게 되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좋다와 싫다, 할 수 있다와 할 수 없다 등 자신의 능력이나 감정에 관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면 아이들도 유행이라는 바람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스스로의 의사 판단에 대해 통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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