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몸집과 달리 대체로 성격이 온순한 고래. 고래는 오랜 시간 진화를 거치며 바다를 지키고, 수많은 위험으로부터 자신과 종족을 보호하며 살아왔다. 인간보다 지구상에 더 오래 살았으며 인간이 범접하기 힘든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고래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는 다른 생물에 비해 무척 적다. 그 덕인지 고래는 환상의 동물로 재해석되며 동화, 만화, 영화 등에 등장했고, 어린아이들은 실제 고래의 모습보다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로 알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실제 고래는 어떤 모습으로 바다를 누비며 살아가고 있을까?
고래가 ‘고래’라고 불리는 데는 수많은 추측이 난무하지만, 그중 두가지 유래가 유명하다. 하나는 고래가 분수공을 통해 바닷물을 내뿜는 모습을 그대로 본따 ‘골짜기(谷)에서 물을 뿜는 입구’라는 의미에서 고래로 부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 명나라의 호승지가 쓴 『진주선(眞珠船)』 속 도교 설화에 있다. 용왕의 셋째 아들이 바닷가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어떤 생물을 무서워해서 큰 소리로 울어 댔는데, 그 생물을 ‘두드릴 고(叩)’에 셋째 아들의 이름 포뢰의 ‘뢰’를 따 ‘고뢰’로 불렀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불법 고래 포획이나 환경 파괴, 수온 변화 등으로 고래를 쉽게 볼 수 없지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같은 속담이나 「고래 논」 「연오랑과 세오녀」 설화만 봐도 분명 한국에도 고래가 자주 출몰했다. 그런데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같은 근대 이전의 기록을 살펴보면 고래를 포획하거나 고래고기를 먹었다는 등 고래 관련 내용이 거의 없다.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기록을 남긴 조선시대에도 고래를 포획했다는 기록은 찾기 힘들다. 조선시대 백과전서적(百科全書的) 학풍을 대표하는 인물 이규경이 조선과 청나라의 여러 책을 정리한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는 “고래가 잡히거나 표류하고, 또 돌다 죽은 고래를 얻으면 이익을 독차지하고 주민에게는 오히려 민폐만 끼치므로 자기 마을에 고래가 떠밀려오면 여럿이 힘을 모아 바다로 도로 밀어 넣어 버린다”는 기록이 있다. 오히려 조선 백성들에게 고래는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 복권이 아니라 애꿎은 힘과 노동을 축내는 말썽꾸러기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