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c : 이달의 화제
결혼
에디터: 박소정, 김선주, 박중현, 김지영
탄생과 짝짓기, 결혼과 출산의 반복으로 인류는 오늘날까지 존재해올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단연 흥미로운 것은 바로 사회적 발명품인 ‘결혼’이다. 프랑스의 사회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는 결혼을 ‘인류가 생각해 낸 가장 위대한 교환제도’라고 말한 바 있다. 결혼이 발명된 시기부터 계약결혼, 시민결합과 같이 다양하게 발전해온 과정을 살펴보면 그의 말이 여전히 유효함과 동시에 그 형태가 정치, 사회, 종교적 맥락에 따라 수많은 변화를 거쳐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울 것이다.
결혼을 하라, 그대는 후회할 것이다.
결혼을 하지 말라, 그래도 역시 그대는 후회할 것이다.
—키르케고르 『이것이냐 저것이냐』 본문 중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말이 오늘날도 심심치 않게 회자된다. 이 말의 시초에는 철학자 키르케고르Kierkegaard가 있다. 실존주의 선구자로 불리는 그에게 일생일대의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결혼’이었다. 그는 스물네 살 무렵 16세 소녀 레기네 올센Regine Olsen을 보고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게 된다. 레기네가 19살이 되던 해에 몇 년간의 연애를 마치고 결혼을 약속한 그들은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키르케고르는 번민에 휩싸이게 된다. 본래 우울한 성향과 종교적 성향을 갖고 있었던 그는 결혼을 앞두고 과연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인지, 혹시 자신의 우울한 사상이 그녀의 목을 조르지는 않을까 걱정한 것이다. 오랜 고민 끝에 그는 결국 약혼을 파기했다. 이는 그의 사상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으로, 이후 그는 남은 생애 동안 독신으로 살며 저술 활동에만 몰두했다. 훌륭한 철학가에게도 결혼이 역시 쉽게 풀 수 없는 숙제였다는 사실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결혼이란 제도에 관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결혼은 전통적으로 두 성인의 사회적 계약으로 쌍방 간의 합의 하에 이루어져 왔다. 가족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된 제도로 과거에는 필수적인 통과의례로 여겼다. 하지만 사회가 발달하고 개인의 자유가 최우선의 가치로 떠오르며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일부일처제, 즉 한 남성과 여성이 만나 혼인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지만 한 남자가 여러 아내를 두는 일부다처제 혹은 그와 반대 형태인 일처다부제도 존재한다. 또한 근대에 이르러 동성결혼, 동거혼 등 다양한 형태의 결혼이 나타나며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추세다. 하지만 인류가 결혼을 통해 안전하게 존속됐다는 피할 수 없는 사실 탓에 각 국가에서는 다양성을 인정함과 동시에 결혼 및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인류만이 행하는 독특한 의식 ‘결혼’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두고 지금까지 수많은 이론이 나왔다. 각기 다른 연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이론이 펼쳐지지만 대체적으로 남녀 중 한 명이 불운해지고 나머지 한 명이 그것을 도우며 결혼하여 해피엔딩을 맞이한다는 결론으로 모아진다. 그중에서 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결혼이 탄생했다는 이야기는 정설처럼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살펴보면 원시사회에서 여자는 고기와 같은 양질의 식량을 제공받고 납치나 습격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즉 생존을 위해 결혼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대가로 여자는 남자에게 독점적인 성관계를 약속했다. 이 이론이 널리 퍼진 탓인지 여성은 자신을 보호해줄 강한 남성을, 남성은 아이를 잘 낳고 집안 일도 잘 해줄 젊은 여성을 찾는 경향이 오랫동안 지속됐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이에 반하는 사례들이 발견됨에 따라 이 이론은 타당성을 잃어갔다. 사례에 따르면 원시시대 때 생존을 위해 성별 구분 없이 모두 수렵, 채취, 사냥에 나섰으며, 당시 대부분의 식량을 차지하는 것은 고기가 아니라 여성들이 모은 열매였다. 또한 시대상 핵가족 단위로는 살아남기 어려웠기 때문에 집단으로 생활하며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 서로 보호하고 도와주는 것이 보편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