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스럽게 전해져 내려오는 고대의 지식, 그것을 기록해 놓은 문헌들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저장고가 있다. 영화 < 해리포터>의 촬영지로도 소개된 바 있는 트리니티 컬리지 도서관은 고풍스러운 건축양식과 웅장한 규모로 유명하다. 시간의 흐름이 자아내는 클래식한 분위기는 비단 보이는 외관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대의 양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정성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더블린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시대의 전유물을 만날 수 있는 곳, 트리니티 컬리지 도서관을 소개한다.
어떤 이는 기네스Guinness 맥주를 마시기 위해 더블린에 방문하지만, 어떤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을 보기 위해 더블린을 찾는다. 18세기에 지어진 트리니티 컬리지 도서관은 아일랜드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클래식한 캠퍼스를 지나 도서관에 다다르면, 길이만 65m인 긴 복도가 펼쳐진다. 둥근 천장 아래, 목제 저장고에는 20만 권의 도서를 담은 책장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평평한 석고 천장과 함께 듬성듬성 비어 있던 책장은 1860년대가 되어서야 현재의 모습을 이루게 되었는데, 도서관을 찾은 이용객을 단숨에 압도하는 매력적인 외양이다.
통을 연상케 하는 둥근 천장 밑 중앙 로비는 층계로 가로막혀 있지 않아 윗층과 아랫층의 책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한 로비 복도에 마치 예술품처럼 줄지어 서 있는 대리석 조각품이 있는데, 이는 유명 조각가 피터 스키메이커스Peter Scheemakers가 1743년에 제작한 컬렉션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와 시인, 철학가들의 모습을 구현했다. 14개의 조각품 중 가장 정교한 솜씨를 자랑하는 것은 작가 조나단 스위프트Jonathan Swift 상이며, 이 컬렉션은 트리니티 컬리지와 연관 있는 인물들을 선별해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각품 외에도 예술품으로 불릴 만한 아주 오래된 하프를 보관하고 있는데, 왕의 소유물로써 중세부터 전해져 온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희귀품이다. 하프는 버드나무와 참나무, 그리고 29개의 놋쇠 끈으로 만들어졌다. 아일랜드 맥주인 기네스의 마크이기도 하다. 이처럼 도서관 곳곳에서 아일랜드의 역사와 전통을 잇는 매개체를 발견할 수 있어 전시회나 박물관을 방문한 듯 도서 자료와 소장품 하나하나를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미리 도서관 투어를 신청하면 트리니티 컬리지 재학생이 가이드가 되어준다고 하니, 세세한 내용을 원한다면 예약해도 좋다.
The Library of Trinity College
College Street, Dublin 2 Ireland
www.tcd.ie/libr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