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las of Life : 삶의 아틀라스
The World According to Roger Ballen
에디터 지은경,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사진 로저 발렌 © Roger Ballen
인간은 언제부터 현재 모습처럼 살게 됐을까? 지금 문명화된 시점으로 바라볼 때 우리 DNA 속에는 아직도 배고프고 야성적이며 추한 본성이 남아있을 것이다. 언제부터 우리는 그것들을 추하다 여기기 시작했을까? 왜 규율을 만들고 그 안에서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겉모습과 같은 언어로 소통하며 예의를 차리기 시작했을까? 무엇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을까? 초기 인류와 현대 인류 중 누가 더 인간 본질에 가까울까? 어쩌면 인간 안의 본질과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 간의 불협화음이 사회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로저 발렌은 인간 정신의 표현, 즉 우리의 모습을 형성하는 숨겨진 힘을 시각적으로 탐구하는 독특한 예술적 목표를 사진 작업으로 추구해왔다. 그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흑과 백으로 다스린다. 혼란스럽고 도발적이며 수수께끼 같은 사진들, 이 미국 태생의 지질학자이자 남아프리카 공화국 사진작가인 로저 발렌의 도발적이며 수수께끼 같은 작품은 삶과 세상의 무의미한 본성에 직면한 사람들의 혼란을 표현하고자 한다.
발렌은 창의성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 본질 가장 깊은 층에 뿌리를 둔 형태의 예술을 끝없이 찾아왔다. 그는 먼저 남아프리카 돕스Dorps로 알려진 작고 고립된 시골 마을에 사는 가난한 백인들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두려움과 가난, 고립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촬영을 통해 터무니없고 반복적인 몸짓을 멈추지 않는 전혀 다른 존재로 변화시켰다. 사진 속 그들은 스스로 창조한 우주 안에서 각기 예술가가 된다.
그들에게 창조란 무(無)의 위협에 직면한 삶에 대한 항의나 다름없었다. 발렌은 사람들 속에 존재하는 현기증을 포착하기 위해 고의로 무대를 설정한다. 무대 아래에는 언제나 진실이 놓이기 마련이다. 작가가 포착한 이 변방으로 내몰린 사람들과 점차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면 그들은 더 이상 사회적 맥락이 아닌 예술 세계 안에서 사이코 드라마의 희·비극 배우들로 둔갑한다. 그들이 속한 세상은 피난처이기도 하고 감옥이기도 하다. 극적이면서도 꿈속 같은 느낌은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라 해도 인간의 상태를 설명해 주는 듯하다. 그것은 우리가 늘 투영하고자 했던, 유령과 환상으로 가득 차 있지 않는 세상 혹은 그 어떤 것도 아닌 것을 대표하고자 하는 시도다.
이러한 영역의 이미지들 속에서 미학을 끄집어내고 선택된 것들을 보는 것이 불쾌하다면, 그것은 역사 속에서 사람들이 점차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추방한 세계에서 여전히 살고 있는 소외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결과는 결코 흥미롭지 않다. 화려해 보이지도 않고 무언가 내장되어 있는 듯하며 게다가 세심하게 창조된 이 피사체들은 종종 악몽처럼 여겨진다. 동물, 조악한 조각품, 마스크와 담요, 인형, 낙서, 원시그림에서 본 듯한 특정 기호들이 반복된다. 발렌이 창조한 이러한 이미지들은 인간의 정신 상태에 대한 은유들이다.
로저 발렌이 바라본 세상은 수년에 걸친 사진과의 관계에서 탄생했다. 작가는 자신의 디스토피아적 비전의 연극 렌더링을 비디오와 설치에서도 똑같이 접목하여 가상의 세계를 깊이 탐구하고자 한다. 애니메이션과 무생물, 현실과 허구, 존재와 소거 사이를 끝없이 전환하는 공간 영역은 모든 경계가 흐려 보이는 내부 영역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때로 사회인의 이상에 너무 고정되어 있다. “어쩌면 우리는 문명화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시선을 버리고 극도로 귀중한 것, 다시 말해 인간 내면의 비합리적인 표현들과 야수 같은 본성을 들춰내고 그것들을 보호해야 하는지 모른다”고 작가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