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바다와 들판, 숲과 사막의 냄새를 실어 오고 공간에 머무는 책 냄새를 저 멀리 가져간다. 이른 아침 햇살이 창으로 쏟아져 내리면 깊은 밤 공간을 무겁게 가라앉히던 공기가 떠나간다. 공간은 채움과 비움을 반복하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도 같다. 가꾸면 매끄럽게 윤이 나고 이야기가 꽃을 피운다. 볼품없던 공간이 최상의 세련됨으로 빛나고, 고요한 가운데 거부할 수 없는 어떤 커다란 에너지를 품는다. 공간의 마법사이자 문화전도사, 갤러리스트, 인테리어 디자이너, 골동품 딜러. 그를 수식하는 단어들은 너무도 많다. 이제 그의 이름을 모르면 좋은 디자이너라 말할 수도 없고, 감각적 안목의 정수가 무엇인지 이야기할 수도 없다. 그리고 그는 이제 자신을 꾸미는 수식어조차도 필요 없는 존재가 되었다. 악셀 브르보르트, 자신의 이름만으로 설명이 충분하다.
“아름다움은 진실의 화려함이다.”
—플라톤
그의 삶은 다른 세계와의 만남을 통해 끝없이 확장됐다. 오래된 것과 새것, 동양과 서양. 관념적으로는 가득 찬 것과 빈 것, 빛과 어둠, 사치스러움과 소박함. 대비를 이루는 아이디어들은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우주와 연결점을 찾으려는 호기심에 불꽃을 튀게 한다. 이러한 시도는 그 과정에서 다양한 지식을 갖게 하고, 수많은 영향을 미친 위대한 의미와 타인의 이야기들을 자신과 나누게 한다. 그 호기심은 결국 그를 중국의 도교 사상과 일본의 불교식 명상 및 가르침, 한국의 선비 사상으로 비롯된 철학과 예술을 알게 되는 경지로 이끌었다. 더불어 그는 자기 삶의 터전인 앤트워프의 르네상스와 영감이 넘치는 위대한 창조의 원천 바로크 시대, 중세의 난해한 철학과도 만난다. 또한 건축의 완벽한 비율 관계와 마주치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에너지를 담은 수많은 예술작품을 마음에 받아들인다. 건축과 디자인에서 우리는 늘 통일성을 찾는다. 그 통일성은 디자인하고자 하는 집이 있는 풍경과 깊은연결고리를 형성한다. 주변의 흙과 돌, 나무를 재료로 사용하고 모든 공간의 질감과 세부 요소를 100% 자연의 조화에 의지해 어루만진다.
“자연에 실수란 존재하지 않아요. 모든 것을 자연에 의지하면 언제나 근사한 작품이 나오죠. 그곳에 우리의 의지를 강요할 순 없어요.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해요. 일본의 와비(わび)사상이 전해주는 ‘불완전함의 미’는 있는 그대로 꾸미지 않는 것에서 출발하죠. 이는 제가 추구하는 모든 스타일에 적용되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