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l of Tales: 동화 꼬리잡기

‘틀리다’ ‘다르다’가 아닌/
엄마, 우리 더 행복해졌다

에디터: 김지영,전지윤
자료제공: 천개의바람

1—‘빨간 모자’ 이야기의 원형
에디터: 김지영
간혹 우리는 장애를 두고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입니다”라는 문구를 내세우고는 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틀리다’와 ‘다르다’ 중 무엇이 옳은지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지금 어떤 기준으로 장애와 비장애를 나누고 ‘다르다’를 주장하고 있는지 돌이켜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그간 ‘빨간 모자’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소비해왔을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빨간 모자 이야기는 그림 형제의 동화집 속
「빨간 두건」을 바탕으로 발전한 이야기다. 빨간 두건을 두른 소녀가 엄마의 심부름을 받고, 아픈 할머니에게 맛있는 음식을 가져다주기 위해 혼자 숲을 지나다 늑대와 만나는 이야기 말이다. 사실 이 이야기는 구전으로 전해지던 민담이었는데, 샤를 페로가 민담집 『옛날이야기와 교훈』에 수록하면서 공식적으로 알려졌다. 한 세기가 지난 후 그림 형제가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동화』에 수록하면서 다시 한번 「빨간 두건」이 세상에 나오게 된다. 그림 형제가 쓴 이야기는 페로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겼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로 비슷하지만, 다른 결말을 맞는다. 그림 형제는 사냥꾼이 할머니와 소녀를 먹은 늑대의 배를 갈라 그들을 구해내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낸다. 이 결말은 그림 형제의 또 다른 민담 동화 『늑대와 일곱 마리 어린 양』의 내용과 흡사하다. 빨간 모자 이야기는 시대의 정서에 맞춰 사건의 흐름이나 등장인물이 각색됐지만, 페로가 담고자 했던 메시지, 즉 교훈만큼은 몇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한결같다. 페로는 당시 프랑스의 살롱 문화와 그 문화를 즐기는 젊은 여성에게 조심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잘 자란 매력적인 소녀가 늑대와 같이 길에서 맞부딪친 수상한 자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늑대의 먹이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점을 배울 수 있다.
—샤를 페로, 『옛날이야기와 교훈』
우리는 언제나 ‘빨간 모자’와 ‘늑대’의 관계에 주목한다. ‘착하고 어린 소녀가 교활한 육식 동물에게 잡아 먹힌다’는 교훈에 오늘날 아동 성폭력, 살인, 납치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끌어와 대입하고 빨간 모자는 ‘피해자’, 늑대는 ‘범죄자’라 치부한다.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다. 그리고 이 둘의 관계는 아주 사소한 변화를 가미하는 순간 완전히 달라질 수 있고, 우리는 다른 ‘빨간 모자’ 이야기를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

2—엄마, 우리 더 행복해졌다
에디터: 전지윤
집 근처 서울정애학교가 있어 간혹 등하교 시간이 비슷하면 엄마나 보호자의 손을 잡은 학생들과 마주치는 때가 있다. 아이가 서너 살 되었을 때, 아침에 놀이학교에 가는 길이었다. 아마도 열심히 뛰어왔던지 아직도 속력이 줄지 않은 채 와락 우리 둘을 끌어안았다. 누군지 너무 놀라 돌아보니, 열 몇 살쯤 되어 보이는 아주 밝은 미소의 소년이 우리를 보며 아주 천천히 말을 잇는다. “안녕, 오늘은 사랑하는 날이니까요. 그래서 사랑해 하고 안아주지요.” 그러고는 다시 엄청 빠른 속도로 달려 가버린다. 모자는 물끄러미 그 모습을 보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얼굴을 바라보고는 크게 한바탕 웃었다. 아이 눈에도 조금 달라 보였는지 “형은 말을 잘 못 하는 거야?” 하고 묻는다. 순간 뭐라 대답해야 옳은가 고민했지만 빨리 대답해야 할 것만 같았다. “사랑이랑 행복을 전하느라 숨이 차서 그래.” 머릿속에 땡! 하고 오답이라 알려주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과 ‘틀린’
덩치는 커다랗지만 아직 어미와 함께 사는 늑대와 앞이 안 보이는 빨간 모자 소녀가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된다는 이야기는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 ‘대다수의 우리’는 없다. 우리를 끼워주지 않아 내가 섭섭하다기보다 아직 편견이 없는 아이로서는 궁금할 만하다. 이렇게 어려운 문제일수록 정확히 알게 해주고 배려할 수 있게 가르쳐 주어야 할텐데.
“우리 아파트에 사는 엄청 키가 큰 삼촌 말이야. 그 삼촌이 너에게 인사하고 싶을 때 어른들처럼 ‘안녕’ 이렇게 하지 않고 꼭 친구나 더 어린 동생처럼 앞에 서서 씩 웃곤 하잖아. 차에 탈 때도 삼촌의 아빠가 문을 열어주며 이렇게 타라고 친절하게 늘 알려줘야 하고 말이야. 그 삼촌은 머리랑 몸의 시간이 달라서 몸은 평소 시간으로 살고 있고, 머리의 시간은 아주 오래오래 걸린다고 알려줬던 거 기억나? 우리랑 다르니까 그 삼촌은 이상한 사람인 걸까?”
“이상하지 않은데. 우리 모두 다 다르거든. 코 고는 소리가 너무 큰 아빠가 이상한 거지.”
“그런데 사람들은 다른 걸 틀리다고 하거든.”
“다른 것은 같지 않은 거고 틀린 것은 맞지 않는 거라고 엄마가 그랬는데.”
“그런데 나랑 같지 않은 게 있으면 이상하게 여기거나 틀리다면서 심한 경우 놀리거나 괴롭히기도 하니까. 늑대랑 빨간 모자는 그런 놀림감이 되기 싫어서 둘만 만나 노는 거지.”
“그러면 사람들에게 알려주자. 왜냐하면 몰라서 그런 걸 수도 있어. 그러면 늑대랑 빨간 모자도 나처럼 다른 애들이랑 놀아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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