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외면받는 몸, 외면받는 목소리,
저자 애비 노먼

에디터: 이희조
사진제공: Anna Sian, Anchor.fm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에 있어야 할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밖에 존재하는 것으로, 심한 생리통과 하복부 통증 등을 유발하고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가임기 여성의 약 10~15%에서 발생하지만, 모든 연령대에서 생길 수 있고 심지어 남성에게서 발병이 보고되는 등 여전히 연구가 더 필요한 질병이다.
2010년 가을, 극심한 복통으로 병원을 찾은 애비 노먼은 자궁내막증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 후에도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이 계속됐고, 의사는 “이건 모두 환자분 머릿속에서 비롯됐습니다”라며 심리 치료를 권할 뿐이었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낀 노먼은 스스로 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병원에 일자리를 구하고 도서관에서 공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자신의 몸에 귀 기울이고 전문가가 되려고 할수록 의사들은 노먼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지독하게 위태로운 나의 자궁』은 여전히 자궁내막증을 앓고 있는 28살 저자가 통증과 맞서 싸운 10년간의 경험과 ‘여성의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써 내려간 책이다. 몸과 마음에 대한 그녀의 기록은 그동안 고통 때문에 외로웠던 많은 이에게 큰 위로를 준다.

한국에 번역 출간됐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외국어로 처음 번역되는 거라 너무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완성된 책도 너무 아름다워요!

저는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자궁내막증에 대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고, 생리통이 심하다고 해서 자궁내막증을 의심하는 친구도 보지 못했어요. 이 질병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
의사나 과학자 사이에서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일반인들도 잘 모를 수밖에 없죠.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여성에게 빈번하게 발생하는 병에 대한 연구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요. 생리나 섹스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는 문화도 원인 중 하나고요. 자궁내막증은 생리나 섹스와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질병이거든요.

책에 식이 장애가 있던 어머니 이야기를 비롯해 힘들었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성장 과정을 길게 서술하신 이유가 있나요?
사실 제 아픈 과거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게 두려웠어요. 하지만 제가 평범하지 않은 어린 시절과 많은 아픔을 겪었고, 그것이 제 병을 더 힘들게 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어요. 저는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치료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고, 치료를 받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어요. 많이 외롭고 두려웠죠. 여전히 어릴 적 경험했던 감정을 마주하기 힘들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이에요.

자궁내막증 사실을 알고 치료받으면서 왜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했나요?
처음에 의사들에게서 속상한 경험을 했을 때는 제가 어리고 돈이 없기 때문에 이런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했어요. 저처럼 부모나 보호자 없이 치료받는 경우도 흔치 않죠.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바뀌어 의료 보험을 갖게 되고, 진료에 같이 따라와 주는 남자친구가 생겼는데 저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뀌더라고요. 그리고 의사가 제 말보다는 남자친구의 말을 더 신뢰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애비 노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