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SF로 그려내는 인간성의 거울상,
소설가 박해울

에디터 박중현
사진 조성현

오늘날 사랑받는 SF 소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현실적일 것. 먼 미래 가상 세계를 다루며 ‘공상과학소설’로 불리는 SF가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물론 이는 지금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현실의 모습을 그려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SF가 그려내는 것은 물론 가상 미래 세계이다. 그러나 그 ‘그림’ 속에서 지금 여기를 환기하거나 돌파할 빛을 엿볼 수 있을 때 SF는 대중에게 깊이 사랑받는다. 꼴은 미래이되 혼은 여기일 것. 신인 작가 박해울의 『기파』는 역사 속 향가와 가상의 2071년 미래를 엮어 오늘의 거울상을 그린 과학소설이다. 신라시대 화랑으로 알려진 ‘기파’가 관점에 따라 의사 혹은 승려로도 해독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미스터리 SF로, 주인공 충담은 운석 충돌로 난파된 ‘오르카호’에서 홀로 승객들을 구한 것으로 알려진 영웅 ‘기파’를 찾아 거대 크루즈 이곳저곳을 누비며 진실을 탐색한다. 지극히 인간적인 SF 무대, 『기파』 속 거대한 고래 모양 호화 우주 크루즈로 당신을 초대한다.

SF는 ‘지금 여기’가 아니라 ‘언젠가 어디’를 그리는 소설이라고 하잖아요.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의 오르카호를 통해 소환하려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사회의 축소판 같은 모습을 만들고 싶었어요. 신체 일부를 기계로 대체했고 안 보이는 곳에서 일하며 부품 취급을 받는 ‘섀도 크루’, 직접 승객을 대면하는 인간 승무원, 그리고 승객 등 엄청난 차별이 있잖아요. 승객의 등급도 나뉘어 있고요. 그런데 제가 크루즈에 대해 찾아보기에 실제로 등급이 나뉘어 있거든요. 객실이 확보하는 크기나 전망부터 기준이 몇 명의 직원이 몇 명의 승객을 보좌하는가에 대한 차등도 있더라고요. 이런 것들을 오르카호에 잘 녹여낸다면 계급적 차별이 드러나는 사회의 축소판으로 적합해 보였어요.

『기파』가 좋은 의미로 워낙 반전 요소가 많은 책이다 보니 나누고 싶은 이야기 대부분이 스포일러가 될까 조심스러운데요. 그물망을 약간 넓힌 질문을 드려볼게요. 『기파』와도 상통하는 측면이 있을 텐데, 궁극적으로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 즉 인간이 로봇보다 우월하다면 그 믿음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사실 저는 로봇이랑 인간이 그렇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종종 “로봇이 도덕적일까요?”라고 물어오는 분이 계신데, 저는 인간보다 로봇이 더 도덕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규범을 어기지 않거든요. 그런데 인간은 어기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은 있는데 어기죠. 그런데 그게 저는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거든요. 생존에 위협을 느끼니까 자꾸 법을 어기거나 남을 밟고 올라서서라도 자기가 더 좋은 환경에서 생존하려는 게 아닐까 싶어요. 어쩌면 로봇이 더 도덕적일까요?

인간이 너무 차별을 좋아하는 종자죠, 그게 개성인 줄 알고요. 그러고 보니 『기파』에서는 SF적이면서 감성을 건드리는 장면이 많아서 묘한 따뜻함과 멋을 느꼈어요.
아무래도 SF를 쓰다 보면 소위 아까 그 ‘각진 것’을 쓰게 되거든요.(웃음) 그래서 중간중간 부드럽게 감성을 건드려주는 장치가 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식사 장면이나 에필로그에서 아누타의 행위 등이 그런 부분에서 좀 신경 쓴 장면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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