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문득 찾아온 이야기에 의자를 내어주다,
소설가 문목하
에디터: 김선주
사진: 고남희
인공지능을 넘어선 범용 인공지능 ‘해마’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힘든 일을 처리하고 모든 질문에 답하는 존재다. 그러던 중 답할 수 없는 임무를 받게 된 ‘비파’는 자신이 과거에 구조했던 한 여성 ‘이미정’을 떠올린다. 사람으로 등록조차 되지 않아 7살에 그 존재를 처음 인식했던 그녀를 임무의 해답으로 여기고, 비파는 처음으로 해마의 세계인 중앙을 벗어나 행성세계로 여정을 떠난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에 찾아온 일탈은 예상치 못한 만남과 균열, 변화를 불러온다. 전작 『돌이킬 수 있는』에서 싱크홀로 폐허가 된 도시의 SF 판타지를 그린 문목하 작가가 다시 SF소설 『유령해마』로 돌아왔다.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흡인력 있는 이야기를 선보인 그녀가 들려줄 또 다른 이야기가 기대된다.
개인 취향인데, 저는 거기에 방해를 받는 독자예요. 작가뿐만 아니라 모든 아티스트의 얼굴을 모르고 싶은 소비자여서 제가 쓰는 사람일 때도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작품을 즐기는 방식은 여러가지일 텐데 작가에 대한 정보를 샅샅이 찾아보는 분들이 계시다면, 저는 그 반대의 극단에 있는 편이죠. 그래서 인터뷰도 가능하면 안 하고 싶었는데, 사실 지금까지 거절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어요.(웃음)
쓰는 시간보다 읽는 시간이 더 많아요. 읽다 보면 온갖 생각들을 하다가 실제 작품에 반영이 되는 아이디어가 개별적으로 떠오르곤 하죠. 저는 소설을 쓰고 싶지 않아서 계속 도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어떻게든 그렇게 떠오른 것들의 부족한 점을 찾아서 ‘이건 안 될거야’ 하고 버리려 해요. 그런데 끝까지 차마 포기가 안 되고 계속 부푸는 것들은 살려서 무두질하듯 이야기를 만드는 거죠. 『유령해마』도 원래는 각각 다른 이야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아이디어들이 나중에 하나의 이야기로 엮인 소설이에요.
가장 처음에 떠오른 장면은 주인공이 플라스틱 섬에 버려지는 장면이었어요. 환경운동의 일환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섬을 국가로 등록했다는 기사를 보다가 ‘저렇게 넓으면 조난당해서 로빈슨 크루소를 찍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비파의 조난은 거기서 시작된 거죠. 원래 인공지능 로봇이 법원에 로비하는 이야기가 될 줄 알았는데 많은 이야기가 합쳐지면서 달라졌어요.
인공지능에 관심이 갔던 게 아니라 인공지능일 수밖에 없었어요. 어떤 인물이 한 사람에 대해서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많이 알려면 그게 인간일 수는 없겠더라고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또, 아주 인공지능도 아니잖아요. 인공지능 관련 자료를 읽다 보니 주인공이 인공지능일 때 모순이 생겨서 도저히 안 되겠는 거예요. 과학적 지식을 습득할수록 상상의 폭이 넓어지고 편해지는데, 이번엔 오히려 알면 알수록 벽이 생기는 느낌이었어요.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인공지능이 아닌 ‘해마’라는 다른 존재를 만들 수밖에 없었죠. 결과적으론 인공지능을 안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