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기성을 전복하는 이야기꾼,
소설가 박서련
에디터: 박중현
사진: 고남희
새로우며, 잘 읽힐 것. 사랑받는 소설의 미덕이다. 새로우려면 여러 성질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성이 준거로 삼는 기준에 의문을 품고, 관성이 끌어당기는 감성의 실체에 일별을 고해야 한다. 오늘날 ‘성(性)’을 새롭게 보는 일은 이 모두를 만족하는 매우 시의적절한 작업. 그런데 방식도 새로운 데다가 재미까지 있다고? 눈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다는 건 바로 이럴 때 하는 말. 전작 『체공녀 강주룡』으로 역사적 여성 인물을 통해 고난과 노동에 대해 술술 이야기를 풀어놓았던 소설가 박서련이 이번에는 매우 현대적이면서 가까운 젊은 여성 서사 『마르타의 일』로 돌아왔다. 의문의 죽음을 맞은 동생의 SNS 앞으로 도착한 메시지 하나. “경아 자살한 거 아닙니다.” 어느 자매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저는 고정이에요. “소설 쓰는 박서련입니다.”
저한테는 너무 당연한 일로 여겨져서 딱히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오히려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한다는 느낌이랄까? 여성 서사를 의식해서 쓴다기보다 쓰고 싶은 걸 생각하고 구상해서 썼더니 여성 서사로 평가받아요. 의도라기보다 현상에 가깝죠.
생각해보면 그럴 수 있겠네요. 짧게들 소개하면 대산청소년문학상 수상했던 소설은 엄마가 죽고 언니가 나를 서울로 데려가며 겪는 적응의 어려움을 통해 엄마와 언니와 나의 관계에 대해 나름대로 멋을 부려서 표현했던 이야기였고,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시 ‘순임이’는 내가 좋아하는 오빠를 빼앗더니 생리도 나보다 빨리하고 그렇게 빨리 죽어버리까지 하며 나보다 뭐든 빨리한 존재에 대한 일종의 이야기 시였어요. 등단작이었던 「미키마우스 클럽」은 어머니가 딸을 연예인으로 키웠는데 아비를 모르는 자식을 임신했다는 문제에서 출발하는 소설이죠. 남자들이 뭘 할 수가 없는 이야기들을 한 것 같네요.(웃음) 제가 썼던 서사들 속에서 남자는 도구적으로 소비되고 여자들끼리 얘기가 되어버리니까요.
네, 중점을 어디에 두는지 문제죠. 「미키마우스 클럽」 이야기로 예를 들면 물론 딸을 임신시킨 남자가 있고 그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시킨 남성 중심적 세계가 있겠지만, 그런 것은 서사 내에서 배제하고 나 혹은 어머니와 딸 사이의 심리적인 타래를 풀어가는 데 집중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