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Chaeg:Culture 책 속 이야기: 문화
맛과 멋을 한 번에
제주오일장
에디터 : 김지영
자료제공 : 버튼북스
제주의 맛과 멋을 한 번에 느끼려면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해야 할까? 제주에 방문하는 이들은 대체로 관광지를 방문하고 자연경관을 즐기게 마련이지만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시장에 나와 물건을 사고파는 이들의 모습을 직접 보고 경험하면 진짜 제주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제주도의 진짜 속살을 보고 싶다면 제주오일장에 방문해보길.
사계절 내내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향하는 제주도의 진정한 매력은 무엇일까? 제주는 과거 제주도민들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삶을 꾸려온 증거이자 우리가 도심에서 잊고 지내온 바다와 숲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특히 내륙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을 확인하고 즐길 수 있는 오일시장에 방문하면 그 매력이 여실히 느껴진다. 외부인은 알아듣지 못하는 사투리를 주고받는 ‘삼춘’들 얼굴에 진 주름을 세어보며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켜온 그들의 삶을 상상해보고, 질 좋고 저렴한 농수산물을 장바구니에 담으며 몸과 마음에 풍요를 얻는 것, 오로지 제주오일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혜택이다.
1906년 제주에 시장이 처음 생겼다. 제주 군수가 제주 경제 활성화를 위해 9개의 읍과 면에 시장을 개설하도록 한 이후부터 제주도에 시장이라는 개념이 도입됐는데, 해방 이후 4·3사건과 잇달아 일어난 6·25전쟁 등으로 경제성장은커녕 먹고살 걱정에 시달린 탓에 시장을 열고 운영할 여력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었고, 교통이 발달해 제주에 유동인구가 많아졌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내륙의 이주민이 늘어나 제주도에 더욱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시장이 들어서게 마련. 1980년대에는 시장 9곳이, 2000년대 초반에는 18곳이 운영됐다. 지금은 매일시장, 오일시장 외에도 젊은 작가들이 모이는 플리마켓이나 예술시장 등이 열려 헤아리기 어렵다.
오일장은 정해진 날짜에만 문을 열기 때문에 매일시장이나 마트만큼 시설이 좋지는 않다. 계절의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여름이나 겨울에는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좋은 물건을 편하게 얻으려면 마트나 매일시장이 낫다. 그런데도 우리가 오일장을 가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이나 좋은 물건만이 아니라 오일장만이 지닌 순박함과 정겨움을 물씬 느끼고 문화를 향유하며 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엿보기 위해서 아닐까.